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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기사] [기고] 절뚝이 마누라와 박사 사모님 - 김연태 회장
  • 작성자 : 홍보팀
  • 작성일 : 2019-08-12 08:55:04
  • 조회수 : 416

[건설경제 - 8월 12일 자]


[기고] 절뚝이 마누라와 박사 사모님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남편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한 쪽 발을 절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 했지만 세월이 지나도 정상으로 되돌아오지 않았고, 남편의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진 부인은 남편을 ‘절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이웃들은 부인을 ‘절뚝이 마누라’라고 불렀다. 창피함을 느낀 부인은 결국 다른 동네로 떠났고, 이번엔 남편을 ‘박사님’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 부인을 ‘박사 사모님’이라 부르더란다. 우리 건설기술인에게 여러 생각을 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우리 건설기술인은 ‘기술보국’이라는 기치 아래 각처에 산재한 건설현장을 찾아, 또한 멀리 중동을 포함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역할을 다해 왔다. 하는 일은 힘들었지만 자부심을 갖고 회사 작업복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 주변 여건도 경제 도약기에 우리 건설기술인이 할 일은 꾸준히 증가되어 본인의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설계나, 시공이나, 사업관리나, 기술직 공무원이나 골라서 할 수가 있었다. 해외라도 나가면 국내보다 대략 2.5배라는 파격적인 급여가 제공되던 활황기였다.


그러나 모든 산업에 부침(浮沈)이 있듯이 우리 건설산업도 근래 부쩍 힘들어졌다. 수주물량 부족,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 고령화 심화, 숙련인력 부족, 취업률 추락 등에 따른 일자리 위기를 겪고 있으며 정부 예산도 복지 부문에 우선되면서 건설투자는 감소되고 있다. 늘어나는 일감에 안주하여 건설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신규 건설산업은 점점 적어져 일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놓여 우리 건설인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우리 주변의 분위기마저 우리를 힘들게 한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건설기술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건설기술인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적정한 공사비와 합리적인 공사기간을 산정해 놓지 않고 무리한 진행을 요구하다 보면 저가의 돌관공사로 인해 발생되는 부실공사의 책임을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기술인에게 묻는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을 다루는 의사, 약사에게도 없는 ‘벌점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건설기술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마치 죄인이나 되는 듯이 대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주변인은 서슴지 않고 토건족, 삽질, 환경파괴자라며 비아냥대고 있다. 한때 청소부를 미화원으로, 때밀이를 세신으로 바꾸며 일꾼들의 이미지를 제고하던 의인들은 어디 가고 기술인을 얕잡아 보는 사람들의 세상이 됐다.


더구나 우리 자신을 ‘노가다’라고 비하하면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던 것도 안타깝다. 협회에서 2015년 한국갤럽을 통해 건설기술인과 일반인 1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건설기술인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좋지 않다는 응답이 일반인은 24.9%인데 비해 건설기술인은 45.2%로 나타났다. 건설기술인 스스로가 일반인에 비해 본인의 이미지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변 분위기도, 우리 스스로도 이렇게 도탄에 빠져 있는 상황을 바꾸어 건설기술인이 자긍심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인가? 건설기술인에게 희망이란 없는 것인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우선 나 자신부터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이 먼저 자긍심을 갖고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건설기술인에게 불합리하게 돼 있는 법과 제도를 순차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사회간접자본인 각종 시설이 웬만큼은 이루어져 있지만 지속적인 보충이 필요하고, 그 시설들의 수명이 유한하여 다시 건설하게 됨을 감안하면 건설산업은 향후에도 필수 산업임이 분명하다. 건설기술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팽배하지만 막상 일반직과 비교할 때 건설기술직은 급여도 높고 생활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더구나 일찍 정년을 맞는 일반직에 비해 70세가 되어도 일을 할 수가 있다. 필자는 건설기술인으로 한평생을 살면서 부유하게 살지는 못해도 가정을 지키며 내 일에 만족해 하면서 살아왔다. 벌써 환갑이 넘었지만 아내에게 삼식이 소리를 듣지 않고 살고 있다.


주위 친구들이나 선배들 대부분 아직 건설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건설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근무여건이 다소 열악한 면은 있지만 오랫동안 일할 수 있고 일의 성과가 바로 바로 나타나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장이 유지된다면 우리 아들 딸 들에게 신규 진입을 적극 권장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이제 미래 건설기술 발전, 건설산업의 틈새시장,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건설기술인이 자긍심을 되찾고 건설기술인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또한 건설기술인에게 불합리하게 되어 있는 법과 제도를 관련 기관ㆍ단체와 연대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80만 건설기술인이 서로 소통하여 뜻을 함께 모은다면 무엇이 무섭고 무엇을 못 이루겠는가. 절뚝이 마누라와 박사 사모님의 교훈에서 우리의 위상을, 나부터 먼저 세워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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